니체는 그가 마지막으로 저술한 책 「우상의 황혼」에서
"나는 망치로 철학한다." 라고 했다.
니체의 철학이 많이 읽히는 이유는, 그 메세지가 우리의 본성을 강렬하게 일깨우기 때문이다.
망치 ! 낡은 생각과 믿음을 부수고 새롭게 깨어나라고 내려치는 그의 철학을, '망치' 라는 이 말보다 더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린 니체의 용감한 망치
니체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목사(牧師)고 어머니는 목사의 딸이다. 명민한 그는 성경에도 일찍 눈이 떠, 어린 시절 친구들은 그를 꼬마 목사라고 불렀다. 아버지와 남동생이 일찍 사망했기에, 그는 다섯살 이후 줄곧 여자들에 둘러싸여 지낸다. 외할머니와 엄마, 이모, 여동생과 하녀들은 유일한 남자인 그를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하지만 가엽게도 건강은 좋지 못해, 신경통과 두통으로 평생 고통받는다.
성장환경으로만 놓고 보면 유약할 것 같은 니체지만, 그의 철학은 확 뒤집어 놓는다. 전복적(顚覆的)이다. 난폭하기까지 하다. "신은 죽었다", "진리는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라는 그의 망치질은 지구의 낡고 두꺼운 층에 맹렬히 충돌하는 혜성을 연상시킨다.
니체는 커다란 사유(思惟)의 망치로 낡은 생각의 껍질들에 균열을 가했다. 그 껍질들은 인간을 가두고 있는 높은 성벽 같은 것들이었다. 너무나 크고 오래되어서 그것이 인간을 가두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들이었으나, 이들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그래서 그 족보을 캐고 들어가, 그 진리라고 하는 것들이 단지 하나의 관점에서 시작된 것일 뿐, 원래 그러한 진리로서의 지위를 누릴만한 절대성과 보편성이 없음을 용감하게 발가벗긴다.
새로운 건설을 위한 망치
니체의 망치질이 기존의 생각을 무너뜨린데만 쓰였다면, 난폭함으로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망치질은 무너진 낡은 생각 위에 새로운 생각을 세우는데도 쓰였다. 초인(超人), 힘에의 의지(Wil to power), 네 운명을 사랑하라 등의 새로운 인간 철학의 기둥을 심은 것이다.
신은 죽었다 라고 하는 것은, 신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신에 의존하는데만 열중하여 인간이 가진 힘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다. 그 힘을 살려내라는 말이다. 그래서 니체 사상의 근저를 이루는 "힘에의 의지(Will to power)" 라는 개념을 끌어낸다.
'힘' 이란 타인과 세상을 정복하는 완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 존재가 존재의 본래 목적을 잃지 않으면서 삺을 펼쳐가게 해주는 근원적인 힘을 말한다. 그런데 그 존재는 이 힘이 있음을 인식하고, 그것을 자기 힘으로 행사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의지가 없으면, 그 힘은 무용(無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힘을 사용하여 계속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라고 한다. 그런 자를 가르켜 초인(超人, Übermensch)이라고 이름짓고, 모두가 초인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초인으로 살아야 하는 인간으로서의 운명을 사랑하라고 역설한 것이다.
무적의 힘을 가진 슈퍼맨(Superman)이 되라고 한 것이 아니다. 결정론적 운명에 순응하는 인간형을 깨부수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자기가 가진 힘을 행사하여 스스로의 한계를 계속 뛰어넘고, 그리고 이 과정 자체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내게도 망치가 필요하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고 벌썩 20여일이 지났다. 야심차게 마음먹은 것들이 있지만, 마음먹은 만큼 잘 되지 않는다. 내 주의력을 훔쳐가는 많은 유혹에 시간을 내주고 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다.
불교에 "습(習)" 이라는 개념이 있다. 오랜 세월동안 자기 안에 자리잡은 생각과 감정과 행동 패턴을 말한다. 머리로는 알지만, 이 습(習) 덩어리들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있기 때문에, 이들은 여전히 나 대신 주인노릇을 하려 든다. 이를 녹여내지 않으면 과거에 했던 방식대로 끌려갈 것이다.
이 습(習) 덩어리를 깨뜨리는 데 망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망치를 사용할 힘도 끄집어내야 한다. 언젠가는 낡은 습(習) 덩어리가 사라지고 내 비전(vision)에 기초한 새 건물이 내 안에 들어설 것이다. 그래서 초인임을 입증해 보일 것이다. 다행히 나는 이런방식의 삶을 사랑하는 태도는 갖춘 것 같다. 스스로에게 감사한다.
너무나 친숙한 나의 습(習) 덩어리들이여, 2024년에는 그만 bye bye 하자. 마이 무으따 아이가.
'인간과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웡카' 속 작은 인간, 릴리퍼트 人 (0) | 2024.02.12 |
---|---|
삶은 자유여행! Not 패키지 투어 (1) | 2024.02.06 |
모순, 카오스, 코스모스 (0) | 2024.01.13 |
직관(Intution), 삶의 나침반을 잘 활용하는 법 (1) | 2024.01.08 |
마더 테레사의 고백, 우리 안의 히틀러와 간디 (2) | 2024.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