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50대 후반의 남성입니다. 오랜기간 공직에 있으면서 범생이과에 속한 생활만 하다가, 지금은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성격이 활달하여 친화력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언변이나 다른 능력이 출중하지도 않아서 공직생활은 평범하게 마쳤어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속에 감춰진 큰 꿈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잘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고 그랬습니다. 마음편한 이들과 만남에서는 지적 허영에 취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노회한 정치를 비판하고, 이윤에만 눈먼 금융경제를 비판하면서 도도한 척도 했습니다.
하지만 드러난 현실의 삶에서, 저는 언제나 부여된 과업을 묵묵히 수행하는 낙타의 삶을 살았습니다. 낙타의 삶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세상에 기여하는 바가 있고, 그러면서 낙타가 느끼는 보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계속하다보면 다르게 살고픈 꿈을 꿀 때가 오는 법이지요.
저는 제안에서 꿈틀대는 변화의 싹을 오랜기간 누르면서 살았습니다. 의식적으로 눌렀다기 보다는 그냥 그래야 되는가보다 했어요. 여느 사람들도 다 이런저런 고충 하나씩은 달고 사는 것이 인생이니까요. 그러다가 더이상 낙타로 사는 삶에서 기쁨을 느낄 수 없는 시점이 왔습니다. 내가 힘들여 일해서 내놓은 결과물이 나 자신과 세상에 유익한 것일까? 혹시 나는 지금 소모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것이죠. 그 의문은 점점 힘이 키워져, "낙타의 삶은 이제 그만! 여기까지면 충분하다." 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외피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동안 반세기를 살면서 찌든 타성, 습관 그리고 내면에서 얽힐대로 얽혀버린 심리와 욕망의 수많은 톱니바퀴들을 들여다보고 정리하는 치열한 작업을 했습니다. 그렇게 '낡은 나' 대신 '새로운 나' 로 나를 키워내는 작업을 10년 가까이 했습니다.
이제는 낙타의 삶을 뒤로하고 사자와 어린아이의 삶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저의 이러한 성장의 길을 아카이브하고 또 계속 더 나아가는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제가 알고 깨우치게 된 사실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는데 지금은 보이는 진실들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그것은 수수께끼같은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와 우리 삶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정교하게 설계된 것처럼 보이면서도 부조리해보이기도 하는 우리 세상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혹시 인연이 닿아 이곳에 방문하신 분이 계시면 그분들께 잠시나마 읽을거리를 제공해 드렸으면 좋겠고, 과분한 바람이지만 새로운 관점과 영감도 얻어가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블로그 타이틀을 뭘로할까 고민하다가 「알고 깨어나 더 큰 세상으로」 라고 정했고, 줄여서 《알깨》 라고 했습니다. 제 성장의 과정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의 성장 과정도 그러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 에 나오는 문장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우리 모두 자신의 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면서 구축해온 세계관, 가치관, 직업관, 인생관, 결혼관, 돈과 사랑을 바라보는 방식, 타인을 대하는 방식 등이 모두 우리의 '알' 입니다. 이 알은 한동안 우리와 함께 하면서 우리 삶을 구조화하고 때로는 보호하기도 하지만,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깨뜨려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알을 깨뜨리면 더 큰 세상에서 누리는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산 아래에서는 알수없는, 산 정상에 올라서야 느끼는 숨통 트이는 쾌감 같은 것이지요. 더 넓게 조망할 수 있고,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으며, 더 고퀄리티의 기쁨이 거기에 있습니다. 이런 '알'들을 하나씩 하나씩 벗어나가는 과정이 성장이고 우리 삶인 것 같습니다
오던 길을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계속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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