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기세등등하다.
정치가 이를 해결해야 하지만, 되레 키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
놀라운 속도로, 우리 사회의 괴물이 되어버렸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가끔씩 원망스러울 정도다.
나의 20대 시절, 당시 우리 문학계의 가장 핫한 작가는 이문열이었다. 그의 책이라면 다 읽으려고 했었다. 후에 그 분이 정치적 지향성을 분명히 하면서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했으나, 분명 그 시절 그의 책은 재미있었고, 한동안 내 삶의 벗이 되어 주었다.
그의 단편 중, 워낙 제목이 특이해서 기억나는 작품이 있다. 「칼레파 타 칼라」, '아름다운 일(좋은 일)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라는 그리스 말이다. 가상의 그리스 도시국가 아테르타에서 벌어지는 일을 픽션으로 풀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티라나투스라는 정치가가 낡은 정치를 몰아내고 권좌에 오른다. 그는 민주정(民主政)을 확립하고, 좋은 통치를 통해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적(政敵)들은 몰락한다. 그 정적들은 계략을 꾸며 시민들을 선동한다. 끝내 티라나투스를 몰아내고 권력을 뺏는다. 그러나 그들 역시 스파르타에 의해 소멸되고 만다.
이 소설은 끝을 장식하는 말이, '칼레파 타 칼라' 이다.
플라톤의 '국가론'
이 '칼레파 타 칼라' 라는 말의 음절 조합이 갖는 독특함 때문인지, 그 후로도 신문 사설이나 칼럼에 자주 인용되었다. 이 말의 원래 출처는 플라톤의 '국가론'이다.
국가론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생각한 국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일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의와 덕이 실현된 이상국가 건설을 꿈꿀 수는 있으나, 현실에서 이를 구현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2,500년 전에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플라톤이나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시대의 국가는 인구 4 ~ 5만 남짓의 작은 도시 국가들이었다. 서울로 치면 1개 동(洞) 정도다. 그 작은 공동체도 아름다운 사회로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을 토로하고 있다.
아름다운 일은 예나 지금이나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은 매 한가지인 것 같다. 일이 잘 되어 이제 한 시름 놓았다 싶었는데, 어느 덧 과거로 돌아가 버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의 근현대사만 보더라도, 일제에서 해방이 되어 이제 다 된줄 알았는데 얼마 안가 남북분단, 친일파의 득세 등으로 또 질곡의 역사를 맞이해야 했다. 최근 30년간 남북관계 변천의 역사나 우리 민주주의의 진행과정도 보면 롤러코스터를 보는 것 같다.
휴~, 'very very 칼라파 타 칼라' 하다 아니할 수 없다.
양극화된 사회에서 민주시민의 역할
지금,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라는 양진영으로 갈라져 있다. 날이 서도 너무 서 있다. 이를 해결해야 할 정치는 되레 자기 진영을 부추겨서, 표를 얻으려 한다. 한편, 유튜버로 상징되는 인플루언서들은 자극적 선동을 통해 슈퍼챗이나 후원금을 받아 이익을 취한다. 최고의 인터넷 기반위에서, 정말 최고 속도로 양극화가 진행되어버렸다.
이제 그 갈등이 온라인 설전, 댓글 배틀을 넘어 물리적 폭력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그 물리적 폭력을 논하면서 갈등의 세기를 더해간다. 이 우매한 질주를 어디까지 계속할 것인가? 어떻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것일까? 2024년에 예정된 대한민국의 정치 일정은, 양극화된 우리 사회를 더 벌려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말이다.
깨어있는 민주시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정보를 얻을 때, 출처도 체크하고 팩트도 체크해야 한다.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유튜버들은 걸러야한다. 의견이 달라도 충분히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다. 그래서 민주주의 체제가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체제 중 가장 좋은 체제인 것이다.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 시민의 역할을 놓으면 안될 것 같다. 지금 우리사회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중심을 잡고, 균형잡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것이 꼭 대단한 방식일 필요가 없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그리고 SNS 등에서 평화롭고 온화하게 자신의 균형잡힌 태도와 의견을 표명해 주면 된다.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시도해도 좋을 것이다. 시민 한사람 한사람에 의한 이런 작은 참여가 더딜지라도 결국엔 가장 큰 힘이다.
어떤 영웅이 나타나 우리 사회를 단번에 구원해 주지 못한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누가 된다 한들, 건전한 민주시민들의 탄탄한 뒷받침이 없으면 또 되돌아간다. 그러니 작은 발걸음이 결코 작다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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