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내 블로그에 들어왔다.
살짝 낯설다.
두 달도 더 넘은 것 같다. 거들떠 보지도 않은지가.
내 글쓰기에 대해 돌아보고 싶었다.
넉 달 정도 블로그에 알량한 글을 쓰고 나니 알게 되었다.
글을 쓰는데 내가 불필요한 힘을 많이 주고 있음을.
쓰는 나도 힘들고, 그래서 나온 글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다 내 글을 읽게 된 방문자에게도
내가 빼지 못한 그 힘이, 그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놈의 힘이 잘 안빠진 다는 것이다.
내 삶의 태도 전반을 바꾸지 않는 한 이 힘은 빠질 것 같지가 않다.
이 불필요한 힘은, 비단 글쓰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니까.
가족들과의 일상에서나, 커뮤니티에서 가끔씩 만나는 그리 가깝지 않은 사람들을 만날때나,
인터넷 게시물에 댓글을 달때도 이 힘이 들어가고야 만다.
공원 벤치에 앉아있을 때도,
가만히 나를 관찰해 보면 어느새 목과 어깨 부근에 힘이 들어가 있다.
이 안줘도 될 힘이 곧 나의 한계임을 실감했다.
이런 방식, 이런 치기어린 깝죽거림을 그만 두고 싶었다.
그러다가 '아침이슬'이란 곡을 만든 '김민기'를 알게 되었다.
김민기..
너무 유명한 사람인데, 그 진면목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가 지금 내가 사는 일산에 살고 있다니,
그가 지금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가 고 3때 만들었다는 '친구'라는 노래를 들어보았다.
통키타 치고 노래좀 부르는 사람이라면 딱히 어려운 노래가 아니다.
특별한 기교없이 그냥 숨쉬듯 그는 불렀다.
그런데,
그 기교없이 부르는 노래에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은 나대지 않았으나, 몸 속 깊이 스며드는 원적외선처럼 적셨다.
그의 이런 힘이 많은 사람들을 움직인 것이로구나!
그래서, 수많은 민주화 운동의 현장에,
노동자의 삶을 지키려는 노동운동의 현장에 그의 노래가 함께 했음을 알았다.
그는 대학로에서 '학전(學田)' 이라는 소극장을 운영했다.
거기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만들어졌고,
설경구, 황정민, 이정은 등 지금 한국 영화계의 스타들이 탄생했다.
열악한 극단 살림에도,
청소년 연극을 통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사회적 책임도 발벗고 나섰다.
당시 그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배우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공연계약' 이라는 것을 도입하고,
수입을 기여도에 따라 투명하게 배분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그리고 자신을 '뒷것' 이라 칭하며,
앞에 나서는 배우와 가수들을 지원하는 일에 머물렀다.
김민기가 손석희의 JTBC 뉴스룸에 나와 인터뷰하는 영상을 보았다.
난 그의 수줍음에 가까운 겸손함에 또 놀랐다.
말투와 표정에서 온몸으로 느껴지는 순수함과 진실함..
자기 삶에 한 점 거짓없이 살려했던 올곧은 한 영혼이 거기 있었다.
그의 말은 어눌에 가까워, 손석희가 조금 애먹는 모습이었으나,
그의 진실은 그것과 상관없이 뿜어져 나왔다.
애써 뭘 표현하려 들지 않아도,
말을 화려하게 하지 않아도,
좋은 것은 진실하게 전해지는 구나.
뭔가를 잘 표현하려 드는 그 마음이 위선을 낳고
불필요한 힘을 쓰게 하는 것임을 알았다.
엄혹했던 1970년대, 80년대를 묵묵히 견디면서,
그것들의 부당함에도 목소리를 냈지만,
그의 말투와 얼굴에서 날선 반항의 기운이 없다.
그는 그 시절에도 그저 자신의 모습으로 서 있었을 뿐이었구나!
거치른 들판의 푸르른 솔잎처럼. 그렇게.
그의 삶을 보며, 내 삶도 돌아보게 된다.
너무 안온하게 살았다.
그러면서 쓸데없는 힘만 키웠구나.
당분간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얻은 것 같다.
그에게 감사를 보낸다.
김민기 선생님은 지금 몸이 불편하시다고 한다.
그에게 치유의 기운을 보낸다.
더 큰 울림을 주는 김민기로 또다른 불꽃을 불사르시기를...
고맙습니다.
당신의 삶으로 내게 깨우침을 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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